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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이런 영웅은 싫어

[ts사사다나] 짝사랑

[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노력이다. ]

 

 

 

[ts사사다나] 짝사랑

written by 슈가펌킨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사사는 이내 책을 잡고있지 않은 손을들어 얼굴을 쓸어 내렸다. 이건 뭐 꿀이라도 발라 놓은건지 누군가 시킨것도 아닌데, 사사는 벌써 같은 구절을 몇번이나 읽으며 다음으로 쉽사리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사사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해보자면 조각같은 외모에 훤칠한키까지 그는 스푼 내에서도 알아주는 미남이었다. 하지만 연애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그는 연애에 'ㅇ' 조차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그가 이런 고민을 하다니.. 이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앞으로도 볼까말까한 진귀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 노력이라.. '

 

물론 사람마다 모두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지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좋아하는 마음, 돈, 외모, 성격 등을 말할것이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을 하는 이유는 ' 그저 좋으니까,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누군가를 좋아하니까 ' 이다. 그런데 노력이라니 이건 참신하면서도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적어도 사사에게는 말이다.

 

물론 다음 페이지에 아니 다음 문장에 이 문장을 적은 이유가 나와있을것이다. 하지만 사사는 누군가에 의한 납득을 하고싶은 것이 아니였다. 이제 막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기 시작한 그는 걸음마를 땐 아이가 세상을 궁굼해 하듯, 그 스스로 사랑에 노력이 필요한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다.

 

노력이 필요한 이유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건가? 아니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과정까지? 그 이상? 자꾸만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사랑이란것은 추상적인 것이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누군가에게 그게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라 한다면 할 수 없는 그런것이다.

 

결국 끝끝내 답을 찾지 못한 사사는 '추상'적이기에 답은 여러개일 수 있다는 변명 앞에서 이제까지 생각하지못한, 즉 아주 참신한 답변을 내놓았다.

 

자신이 목표삼은 꿈은 커녕 당장 주어진일 조차 하기 힘든 판국에 사랑에 노력이라니 아주 기가차고 코가 막힐듯했지만, 이제 막 무언가를 알아가기 시작한 연애 입문자로써 사사는 그럴싸한 답을 생각해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낸 결론은 바로 이것이었다. '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 ' 하지만 어째서? 이제까지 누군가를 좋아해본적한번 없던 사사는 당사자의 앞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지를 몰랐다. 한마디 입이라도 열면 바로 티가날것만 같았기에 사사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 애썼고, 덕분에 말은 커녕 얼굴조차 마주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사사는 '좋아하지 않는 척' 연기를 하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있어서 좋아하지 않는 연기가 필요하다니 아주 아이러니 하게 들리겠지만, 사사 입장에선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음엔 틀림없었다.

 

이쯤에서, 그렇다면 그를 이렇게 괴롭히는 짝사랑 상대는 누구일까? 사사가 이토록 좋아 죽으려는 상대는 바로 그의 상사이자 스푼의 서장인 다나였다.

 

칠흑같은 검은 머리와 상반되는 붉은 적안 그리고 여자보다 하얗고 맑은 피부까지 남자지만 누구보다도 예쁜 미모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박력넘치는 성격으로 여사원 뿐만 아니라 남사원들에게 까지도 인기가 많은 그는 결국 하늘의 별따기 라는 사사의 마음조차도 훔쳐버렸다.

 

 

*

 

 

똑똑

 

" 어- 들어와. "

 

사사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에 보이는것은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서류를 보고있는 다나의 모습이었다. 긴장된 분위기와는 다르게 어딘가 평화로워 보이는 다나의 모습에 사사는 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정말이지 미쳤어 미쳤어. '

 

이미 혼란의 도가니로 변해버린 마음속을 뒤로한채 사사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다나에게 다가갔다.

 

" 떠당님 여기 보고서요… "

 

" 그래. 이번엔 사고 안쳤고? "

 

사사가 다가오자 다나는 서류로 향하던 시선을 사사에게로 돌렸다. 그리고는 한손으로 턱을 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 못해 섹시해 보이기까지 하는 다나의 모습에 방금전까지 잔잔한 호수와도 같았던 사사의 마음이 돌이라도 던진듯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평정심 유지는 커녕 당장이라도 고백할것같은 충동을 억누르며 사사는 시선을 피했다.

 

" ...네… "

 

" ? 뭐야 너 어디 아파? "

 

이런저런 생각에 대답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사사는 간신히 대답만을 입밖으로 흘렸고, 그런 사사의 반응에 의아한 다나는 걱정조로 사사에게 되물었다.

 

그럼 그렇지, 이 무심한 남자는 자신이 왜 이렇게 반응을 하는지 죽어도 모를것이다. 물론 알아달라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자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듯한 그의 태도에 사사는 괜히 속이 상하는듯했다.

 

" … 그럼 저 이만 가볼게여. "

 

" 야..야! "

 

달칵

 

하아-

 

도대체가 왜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일에 감정적으로 반응을 하게 되는건지.. 사사는 다나에게 괜한 화풀이를 한것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적어도 부하 이상으로 봐주길 바랬는데..

 

무심하지만 다나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의 사람을 아끼고, 또 소중히했다. 언제나 ' 부하의 잘못은 상사의 책임이다. ' 라는 말을 입에 달고사며 단 한사람 이라도 다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했다. 사사 역시 그런 사랑은 넘치도록 받아왔다. 상사로서, 연장자로서 부하 또는 손아랫사람에게 주는 내리사랑은 지겹도록 받아왔다.

 

물론 그 넘치는 사랑에 만족하지 못한다는것이 의아하게만 들릴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자꾸만 욕심이 났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사랑이 아닌 나만을 위한, 나에게만 주어지는 그런 차별된 사랑. 상사-부하 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이 아닌 연인이라는 다른 형태 속에서 오는 사랑. 사사는 그런 사랑을 원했음에 틀림없었다.

 

[ 자꾸만 시선이 향하니까, 생각나니까, 좋아하니까. 욕심부린다는것 자체가 이미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음을 증명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욕심을 부려도 되지 않을까. ]

 

누구에게 변명을 하고있는지도, 또 왜 해야하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사사는 끊임없이 자신과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한마디 표현도 못하고 얼어버리는 자신이 너무 싫었고, 또한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다나가 미웠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생각도 없었고, 또 비록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모르나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싫지도 않았다. 그래. 언젠가는, 언젠가는 정말 끝을 볼 수 있겠지. 사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그 일이 있고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하루종일 다나생각에 정신을 놓고 살다보니 시간이 금방금방 지나는듯 했다. 불행인건지 다행인건지 잘 모르겠지만 서도, 사사는 요 일주일 동안 한번도 다나와 만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사사 본인이 피해다녔다고 하는것이 맞을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실 사사 본인에게 물어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것이다. 그가 피해다닌 이유는 없었다. 그저 단지 부끄러우니까. 그게 전부였다.

 

하아- 짝사랑이 뭐라고 이러다가 특정 인물 기피증이라도 생기는건 아닌지, 특정인물이라고 해봐야 다나겠지만은 사사는 이래저래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휴식이라도 취할겸 밴츠에 앉았다.

 

다나,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으니 사사가 하루 백번도 더 넘게 하는 고민 역시 같은 자리를 빙빙 맴도는듯 해보였다. 착잡한 생각에 마른세수를 한 사사는 기분전환이라도 할겸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어쩜 저리도 이쁜지 사람 속을 알리 없는 구름은 저들끼리 흘러흘러 하늘을 하나의 호수로 만들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사사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 사사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그의 눈을 뜨게 만든것은 주위에서 들려오던 소음도, 휴대폰 전화도 아닌 주인을 알 수 없는 그림자 하나였다.

 

아직 한참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앞이 어두워지자 의문을 가진 사사는 살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마치 동상처럼 그 자리에서 얼어 붙어버렸다.

 

" ㄸ… 떠… 떠당님! "

 

" 그래 나다. "

 

그림자의 주인은 다름아닌 다나. 일주일간 열심히 피해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서 만나버리게 된 사사는 머릿속으로 열심히 해결책을 찾고있었다. 하지만 이건 영락없이 붙잡힌 먹잇감의 꼴이었다.

 

도망치기는 커녕 시도라도 했다간 가장먼저 이승부터 탈출하고 말것임에 틀림없었다.

 

' 침착해 사사.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린다면.. '

 

 

" 야 "

 

" ㄴ..네? "

 

아 포기 포기. 그래 이제와서 무슨생각을 한들 서장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거야.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체념한 사사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했다.

 

" 진짜 어디아프냐? 일주일동안 보이지도 않고. 걱정했잖냐. "

 

부드럽게, 하지만 힘있는 손이 사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심어린 걱정에 사사는 황홀한 기분마저 들었다.

 

정말이지..

 

" 떠당님… "

 

" 응? "

 

아아.. 더 이상 숨기는 것은 무리인것 같았다. 한 방울 두 방울 고장나버린 수도꼭지 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은 조금씩 하지만 끊임없이 항아리를 채워나갔고, 이제는 흘러 넘치기 직전이었다. 항아리가 깨졌음 하는 마음에, 또는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피해도 다니고, 또 연기도 해보았건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아니. 어쪄면 애초에 항아리는 바다 속에 잠겨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물로 가득찬 바다 속에. 깊이 깊이. 그리고 사사 본인 역시 그 물에 잠겨 질식사 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차여도 상관없다. 거절당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 마음을, 서장님을 향한 내 감정을, 더 이상은 숨길 수 없는 나의 표정을 모두 서장님에게 말하고 싶어요.

 

" 떠당님 그.. 오수씨 좋아하세여? "

 

" 아니. "

 

" 그럼 그 경찰 떠당니믄요? "

 

" 걔도. "

 

" … "

 

" 무슨 말이 하고싶길래 이렇게 질질끌어. "

 

역시 무심한 남자. 하지만 전 그런 서장님이 좋아요. 이제까지 말만 잘 했건만 자꾸만 입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혀끝을 맴도는 한마디에 사사는 답답함을 느꼈다.

 

' 여기서 말을 못하면 그냥 이상한 놈으로 찍힐꺼야. 어서 말하자 '

 

후우-

 

그렇게 몇분이 지나자 사사는 비장한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쉬고는 입을 열었다.

 

" 좋아해ㅇ.. "

 

" 어! 서장님이랑 사사씨다! "

 

" 어라. 진짜네. "

 

" 선배님! "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사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까지 앞으로 한글자. 하지만 그 사랑고백은 자신들을 부르는 불청객에 의해 끝을 맺지 못하고 바닥으로 솟구쳤다. 돈 귀신 헤이즈에, 존경과잉 스텔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처럼 느껴지는 랩터까지. 어쩜 이렇게 눈치들이 없는건지.

 

이미 망한듯한 기분을 느낀 사사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한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 그런데 무슨 이야기 하고계셨어요? "

 

" 음. "

 

" 랩터. 봐봐 사사씨의 상기된 얼굴, 거의 표정변화가 없어보이지만 미묘하게 변한듯한 서장님의 얼굴까지.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어? "

 

" 음.. 고백? "

 

이런 눈치!!! 고백이라는 말이 나오자 이상하리 만치 움찔거리는 사사였다.

 

" 아니지. 이건 바로 월급 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있었던게 틀림없어! "

 

" … "

 

" … "

 

" … "

 

" .. 서장님 얼른 들어가요. 그리고 오늘은 회식 어때요? "

 

" 회식은 개뿔 회식 맨날 먹기만 하냐? "

 

헤이즈가 바보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다나와 랩터일행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 고백은 망했구나. 이제 서장님 얼굴 어떻게 보지.

 

한참을 자책하며 있던 와중 앞서 가던 다나가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는 소리나지 않게 하지만 사사만큼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말했다.

 

' 나도 '

 

 

[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노력이다. ]

 

앞으로의 노력은 비록 이제까지와 다른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그래도 노력이 필요함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오늘은 구름도 최고로 아름답고, 바람도 좋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행복한 날임에도 역시 틀림없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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