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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이런 영웅은 싫어

[염호다나] 극

 

 

갑자기 나타나 세상을 혼란시키고, 또 다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악명 높은 단체 ' 나이프 '. 그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평화롭게 살고있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 새빨간 피로 젖은 바닥은 우리의 무대가 되어주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은 아름다운 음악이 되어주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메두사? "

 

" 그건 뭔 또 사이코같은 발언이에요 보스? 와 방금 말은 진짜 소름돋았다. "

 

" 힝 너무해. 모래는 슬포.. "

 

" … "

 

" 하… 무대도 있고, 음악도 있는데, 단 한가지 나의 사랑이 없네… "

 

" 그건 뭐 어쩔 수 없죠. 안그래도 흉흉한 분위기에, 이곳 저곳에서 테러짓 하고다니신 누구 덕분에 스푼 근처에는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됬잖아요. "

 

" 있잖아 메두사.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내 사랑을 이루는데에 있어서 가장 방해되는게 뭐라고 생각해? "

 

" 음 뭐 당연하게 스푼 아니겠어요? "

 

"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렇다면.. "

 

" 네? "

 

순간 백모래의 눈이 섬광을 내뿜 듯 번뜩였다. 마치 앞으로 엄청난 일이라도 일어날 것 처럼.

 

" 무대도 있고, 음악도 있는데 공연을 안하기에는 뭔가 너무 아깝잖아? 그러니까 주인공을 바꾸는거야. "

 

" 보스. 지금 그말은… "

 

" 그래. 지금 당장 준비해. 이제 곧 막을 올릴 시간이니까. "

 

 

 

[염호다나] 극

written by 슈가펌킨

 

 

 

 

" 서장님. 여기 상부에서 전화왔어요. "

 

" 아 지금 바쁜거 안보여? 없다그래. "

 

" 저기.. 방금 서장님 말씀이 다 들렸.. "

 

" 아 몰라. 어쩌라고. 나 지금 심각하게 바쁘거든?? 이게 다 나이프 그 개새끼들 때문이야. 아주그냥 안그래도 바빠죽겠는데. 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개뼉다구 같은.. "

 

" 서장님 진정하세요. 그렇게 화를 내시면 곤란하다구요. 안그래도 일손 부족해서 죽겠는데.. "

 

" 그래. 그말은 지금 내가 혼자 속편하게 쳐 놀고 앉아있다는 이야기냐? "

 

" 아니 그게 아니라.. "

 

똑똑. 그때였다. 한창 사소한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둘은. 대화의, 아니 다툼의 흐름을 끊는 문 두드림에 언성을 낮추었다. 그래 벌써 느낌이 온다. 분명 또 출동해야한다는 이야기겠지. 다나는 슬슬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문 넘어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들어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말은 다름이 아니라 지금 당장 출동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 크.. 큰일났습니다. 지금 당장 출동을..! "

 

" 그래. 니 표정만 봐도 알겠다. 지금 당장 준비를 하도록 하지. 가자 귀능아. "

 

" 아니요. 사태가 심각합니다. 나이프가 나.. 나타났어요! 지금 곳곳에서 대규모의 테러가 발생하고있습니다..! "

 

" 하.. 신이시여. "

 

" 와 얘네 진짜 쌍또라이들이네요. 어떻게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지? "

 

" 나이프는.. 나이프는 지금 어디에있나. "

 

" 시내에 있는 대학병원 쪽 입니다. "

 

" 가장 큰 규모의 테러는 어디지? "

 

" 대학병원 기준으로 약 20분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

 

" 하아.. 그 외에 다른곳은? 지금 스푼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나? "

 

" 아..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힘들것 같습니다. 나이프가 이걸 노린건지 이번에 지방으로 장기 출장 나간 팀들이 꽤 됩니다. "

 

" 그래 알겠다. 귀능아 넌 일단 비행조 애들 데리고가. 가장 큰 규모를 맡아라. "

 

" 그럼 서장님은요..? "

 

" 난 나이프랑 개인 면담을 하러간다. "

 

" 하지만..! 위험해요 서장님. 상대는 그 미친개를 넘어선 나이프라구요. 뀽! "

 

대화에 은근히 껴있는 앞담에 기분이 나빠진 다나는 귀능이의 팔을 살며시 꼬집으며 대답했다.

 

" 보아하니 테러가 일어나는 곳이 곳곳으로 분산되어있어. 아무리 나이프지만 병원에서 이 모든걸 통제하리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 말은 병원에 있는 나이프도 완전체가 아니라는 이야기지. 상관쓰지말고 얼른가. "

 

" 하아. 네 알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항상 조심하세요. "

 

" 어. 그래. "

 

그렇게 귀능을 내보내고 다나는 외투를 걸친 뒤 밖으로 나가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난데, 지금 상황이 심각해서 말이야.. "

 

 

*

 

 

그시각 나이프는 대학병원 옥상에 자리를 잡으며 이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 이것좀 봐봐 메두사!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캠프파이어다 캠프파이어! "

 

" 보스 진짜 미친거에요? 나이가 몇인데.. "

 

" 메두사님. 저기 스푼 서장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

 

" 어머? 그게 진짜야? 우리 잘생긴 다나말이지? "

 

묘하게 기분이 좋아보이는 메두사가 옥상 난간에 서서 다나를 불렀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을 위로 향한 다나는 그토록 자신이 찾던 목표를 발견하고는 이를 갈며 병원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 오르카 내가 신기한거 보여줄까? "

 

" 네? 무엇을.. "

 

" 15. 14. 13… 3.2.1 땡 "

 

그 순간이었다. 메두사가 땡 이라고 외치는 순간. 굳게 닫혀있던 옥상 문이 열렸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문이 부서졌다.

 

" 하하. 역시 다나는 정확하다니까? "

 

" 닥쳐. 그래 이번에는 또 뭐가 마음에 안들어서 이짓거리를 했냐? "

 

" 음… 다나. 수십, 수백번 정도 이야기한거 같지만. 나는 언제나 내 사랑을 위해서야. "

 

" 하.. 그래. 그런데 어쩌냐? 니 사랑은 지금 지방으로 출장갔는데. 번지수 잘못찾은거 아니냐? 너가 있어야 할 곳은 지금 여기가 아닌거 같은데. "

 

" 물론 나는 내 사랑을 보고싶지만. 언젠가 나와 내 사랑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사랑에 비하면 아니지만, 다나도 예쁘장한 편이고 말이야. "

 

" 이게 무슨 개소리.. "

 

그 순간이었다.

 

위험해.

 

그 어디에도 지금 이 상황이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다. 이제까지 그래왔고, 또 지금 역시 그렇다. 하지만 지금 이 느낌은 어떠한 논리적인 증거에서 오는 명백함이 아니다. 이건 마치.. 본능. 그래 본능과도 같았다.

 

위험해. 아주 위험하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판단을 하던 와중에 다나는 갑자기 급격한 현기증을 느꼈다.

 

" 하아.. 백모래 이 개자식. 도대체 무슨짓을.. "

 

" 무색 무취. 이게 이 연기의 장점이자 단점이야. 하마터면 우리까지 위험할뻔 했다고. 그치 송하? "

 

" 면목이 없습니다. 보스. "

 

" 아니야. 무사하면 되는거지. 아무튼 뭐 다나 너는 궁굼해 하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모르고 당하는 것 보다는 알고 당하는게 낫지 않겠어? "

 

" … "

 

" 대답할 힘도 없나보군. 아무튼 이 기체를 들이마시게 되면 특기가 없어지게 되. 음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부작용 중에 하나가 현기증이었던거 같기도 하고. "

 

그렇게 다나는 점점 흐려지는 시야를 뒤로한채 깊은 무의식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다나를 백모래가 가볍게 안아 들었다.

 

" 보.. 보스 제가 하겠습니다. "

 

" 아니야. 어쨌든 다나도 스푼의 서장님인데, 악당 보스로서 이정도 예의는 갖춰 줘야지. "

 

 

*

 

 

" 아.. "

 

힘겹게 정신을 붙잡은 다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빙글빙글. 도대체 언제쯤 괜찮아질런지, 다나는 계속 되는 현기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정신을 잃은 동안에 누구한테 맞기라도 한건지, 다나는 온몸이 물에 젖은 솜마냥 무겁다고 생각을했다. 여긴 어디지? 얼마동안 누워있던거지? 를 비롯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즈음에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낯익은 목소리.

 

"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어때? 방 예쁘지? 이번에 새로 얻은 집이야. "

 

" 닥..쳐.. 백모래.. "

 

" 원래는 그냥 아무데나 묶어 놓을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특기가 없는 다나는 그냥 여자더라고. 아니 어쩌면 더 연약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최소한의 배려로 침대위에 눕혀놨어. 나 잘했지? "

 

다나는 심각한 살인충동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우리 애들은 지금 어디에있지? 혹시나 다른 테러가 터진건 아닐까? 그때였다. 다나는 자신의 팔 부근에서 드는 이질감에 눈을 확 떴다.

 

"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

 

" 아. 그냥 피곤해 보여서 좀 더 재울라고 했지. "

 

" 이런 미친.. 사이코 새..끼.. "

 

 

*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늦은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스푼 건물의 불빛은 꺼질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스푼 서장실에 있는 사람은 다나가 아닌 염호. 염호를 중심으로 서장실에는 귀능이와 나가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 그래서 위치는 찾았나요, 귀능씨? "

 

" 아니요. 유감스럽게도 아직.. "

 

" 하.. "

 

염호는 초조한듯 시계에 잠시 시선을 두더니 이내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마른 세수를 하며 입을 열었다. 며칠이 지난거죠? 무엇에 대한 질문인지 언급조차 없었지만,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분명 테러가 터진날을 기점으로, 즉 다나가 이 스푼 건물을 뛰쳐 나간 그 시간을 기점으로 얼마만큼이 지났는지를 묻는거겠지.

 

" 이제 이틀째 입니다. 아니. 이제 곧 자정이니 곧 삼일째가 되겠군요. "

 

"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서장님. 경찰측 뿐만 아니라 스푼에서도 발벗고 흔적을 찾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겁니다. "

 

" 맞아요! 우리 언니는 강하니까요.. "

 

무겁고 적막한 분위기를 무마시키려는건지, 귀능이의 말에 덧붙여 혜나가 이야기를 했다. 그런 혜나의 모습을 보며 염호는 작게 미소를 짓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도 늦었으니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작은 실마리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꼭 연락주십시오. "

 

그말을 끝으로 염호는 작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서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염호의 뒷모습에 내리 시선을 두던 나가는 더 이상 염호가 보이지 않자 혜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 스푼 사원들이야 서장님이니까 이해한다지만, 염호서장님은 왜 이렇게 초조해 하시는거야? 두분이서 많이 친하셨나? 물론 사람이 실종된거니까 어느정도는 이해한다지만… 그래도 우리 중에서 제일 불안해하는거 같은데? "

 

" 하아.. 나가오빠 혹시 진심으로 하는말이야? "

 

" 응? 무슨.. ? "

 

한심하다는 혜나의 반응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나가는 서둘러 고개를 들어보았다. 아니 근데 이게 무슨일이란 말인가. 나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나가를 측은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것이 아닌가.

 

" 나가.. 떼당에 (세상에) … "

 

" 나가군 정말 몰랐어요? "

 

" 아니 무슨일인지 말을 해줘야 알죠! "

 

" 오빠. 오빠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렇지. 이정도는 알아야되는거 아니야? 우리 언니랑 염호 오빠랑 사귀잖아! "

 

" 엥? 에에에엥? 이건 또 뭔소리야! "

 

" 하아… 나가군 요 몇달동안 염호서장님께서 스푼에 자주 오시는거 못봤어요? 한번도? 그렇게 자주 왔는데? "

 

" 그건 자주 봤지만… 저는 그냥 일때문인줄.. "

 

" 나가오빠 이 바보야. 설마 일때문에 둘이 같이 퇴근하고 점심시간마다 보러오겠어? "

 

" 아… 그래서 그렇게 초조해 하셨구나.. "

 

 

*

 

 

그렇게 스푼에서 나온지 세시간 채 안되었을 때, 염호의 핸드폰으로 전화 한통이 왔다. 발신자는 수색대. 시간도 시간인지라 이제 막 깊은 잠에 빠져 들려하던 염호는 한손으로 눈가를 누르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낮게 잠긴 목소리는 현재 그가 막 잠에 들려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 아. 서장님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방금 정찰팀의 보고에 따르면 나이프의 아지트로 추정되는 곳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 위치는? "

 

" 지금 당장 좌표를 보내겠습니다. "

 

" 수고하게 "

 

" 네. 알겠습니다. "

 

염호는 마음 한구석이 놓이는듯했다. 다행이다. 염호는 문자로 보내진 좌표를 확인하며 귀능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귀능씨?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방금 나이프의 거점을 찾았다는 보고가 들어왔어요. 지금 당장 스푼으로 가겠습니다. "

 

전화를 내려 놓음과 동시에 염호는 차의 시동을 걸어 스푼으로 향했다.

 

 

*

 

 

" 나가군이 옮길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까.. "

 

" 우선 제가 먼저 갈게요. "

 

" 서장님… 하지만 지금 매우 피곤하신거 알고있습니다. 차라리 후발대랑 같이 가는편이 좋지않을까요? "

 

" 아니요. 제 연인인걸요. "

 

" …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달리 막을 방법이 없는 것 같네요. 다나 서장님이었어도 그렇게 말씀하셨겠죠. "

 

" … "

 

" 그럼 나가군은 염호 서장님이랑 같이 먼저 가세요. 상대는 나이프인거 절대 잊지 마시고요. 알겠죠? 우리도 최대한 빨리 지원하도록 할게요. "

 

" 네. 알겠어요. "

 

" 지금 저희 대원들 모두 출동 준비 상태에 있어, 출동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겁니다. 나머지 분들은 그들과 함께 움직이시죠. 아마 그편이 더 편할겁니다. "

 

"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곳에서 뵐게요. "

 

 

*

 

 

염호는 온몸에 힘이 들어감을 느꼈다. 이유는 다름아닌 분노. 이것들이 감히 누구 연인을 납치해가? 염호는 용납할 수 없었다. 아니 용납이 안됬다. 그녀가 현재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사실도 화가 났지만, 그 음습하고 재수없는 흰둥이새끼에게 무슨짓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당장이라도 백모래를 찾아 죽이고 싶었다. 어떻게 죽여야할까. 그렇게 몇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벼랑 끝에 있는 별장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짜피 잠입이 아닌 침입이렸다. 들키든 말든 전혀 알빠가 아니었던 염호는 마치 야! 나 왔다! 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문을 발로 차 부셔버렸다. 제법 깔끔하지만, 창고 같은 느낌이 드는 방안에는 마치 염호와 나가가 오리란걸 알았다는듯이 웃고있는 백모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백모래의 뒤에, 염호가 그리 애타게 찾던 다나가 정신을 읽고는 침대 위에 쓰러져있었는데, 누가 갈아입힌건지, 멀끔한 양복차림이던 다나는 온데간데 없고, 그녀는 앞섬이 풀어헤쳐진 큰 와이셔츠 하나만을 입고 있었다. 또한 마치 그녀가 울었음을 증명하듯 그녀의 감겨진 눈 주위는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와이셔츠 사이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하얀 피부에는 누군가의 입술에 닿은듯 꽃잎이 피어있었다.

 

그런 다나를 보며 염호는 피가 차게 식는듯했다. 분노를 넘어선 분노. 여기서 이성을 잃으면 곤란하다. 그 사실을 잘 알고있던 염호는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분노를 삭혔다. 아니 삭히려 노력했다. 자신의 우상이자, 자신의 상사인 다나를 보고 화가난 나가 역시 백모래를 죽일듯 쳐다보았다.

 

" 백모래. 네 똘마니들은 어디가고 여기 너 혼자있지? "

 

" 똘마니? 아아 오르카랑 메두사 말인가? 나가- 아무리 그래도 똘마니라니. 모래는 너무 슬포.. "

 

" 닥쳐. 지금 네 장단맞춰줄 기분 아니니까. "

 

" 워후 무서워라. 그럼 말씀드려야지. 메두사랑 오르카는 스푼 상대하러갔어. 아 경찰들도인가? 너네 둘만 오진 않았을꺼 아니야. 안그래? "

 

" 과연. 그니까 너 혼자 두사람을 상대하겠다 그 말씀이신가? "

 

" 그렇지~ "

 

" 아주 오만한 생각이군. "

 

" 그래? 있잖아 나는 다나 목소리가 이렇게 이쁜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니까? "

 

" 그게 무슨말이지? "

 

" 알면서 왜 모르는척해? 죽일듯 노려보는 그 얼굴마저도 얼마나 이쁘던지. 있잖아 나 어쩌면 다나를 좋아하게 된게 아닐까? "

 

" 닥쳐. 듣는 사람이 다 불쾌하군. "

 

" 왜? 네가 다나 연인이라서? 지금 그런 사실이 중요한가? 난 잘 모르겠군. 어쨌든 중요한건 말이야.. "

 

콰앙

 

백모래의 말이 끝을 맺기도 전에, 큰 폭발음이 울렸다.

 

" 아 정말이지. 못들어주겠네. 입놀리는것도 정도껏해야지. "

 

" 하하. 나가 성격이 많이 변했네? 하마터면 죽을뻔했잖아~ "

 

" 안타깝네. 죽이려했는데. 그거알지? 두번은 없어. "

 

" 세월아. "

 

" 네, 보스. "

 

" 아무래도 여긴 위험할거 같으니까. 다나를 데려가 "

 

" 알겠습니다. "

 

세월에게 명령을 내린 백모래는 자신이 입고있던 가디건을 벗은 뒤 세월에게 건네주었다.

 

" 그만둬 백모래. 두번은 없다고 이야기했을텐데. "

 

" 너야말로 그만두는게 어때? 아직 우위판단이 안되는 모양인데, 너네가 그토록 찾던 다나는 지금 내 인질이나 다름없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

 

" 이 자식.. "

 

" 그리고 보아하니 조용하게 싸울것 같지도 않은데, 그러다가 다나라도 다치면 어쩔려고 그래? "

 

한편에서 기싸움을 하는 동안 백모래의 명령을 받은 세월은 백모래에게 건내받은 가디건을 다나에게 입혀주었다. 그런뒤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큰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새하얀 맨다리에 염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세월이 다나를 데리고 사라지자 백모래는 흡족한듯 미소를 지었다.

 

" 자 그럼 어디한번 덤벼봐. "

 

백모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것도 잠시 백모래의 뒷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나가가 염력으로 백모래의 발을 묶었다.

 

" 하하 나가. 이 방법 예전에도 썼던거잖아. "

 

" 과거 회상할 시간여유가 된다면 앞이나 보시지그래. "

 

그순간. 달려오던 염호가 백모래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내다 꽂았다. 잽싸게 고개를 숙인 백모래는 순간적인 힘으로 나가의 염력에서 벗어났다.

 

콰앙

 

" 나가씨. 아마 다나를 데리고 그리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거에요. 다나를 부탁할게요. "

 

" 네 알겠습니다. "

 

 

*

 

나가는 세월이 나간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나오는 것은 다름아닌 계단이었는데,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나가는 빠르게 텔레포트하여 집밖으로 나갔다. 옥상과 연결된 길은 단 하나. 아마 위층으로 통하는 그 계단일것이다. 하지만 나가는 옥상에서 그 어떠한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그말은 즉 그들이 향한곳은 아래층이라는 것. 나가는 다시 집안으로 돌아온뒤 아래층으로 향했다.

 

아래층으로 향하자 나오는것은 굳게 닫힌 문이었다. 불행중 다행인지 아까와는 달리 다른 길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문 뒤에 있다는 것. 빠르게 판단을 마친 나가는 염력을 사용하여 문을 부섰다.

 

" 이 안에 있는거 다 알고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능력역시 잘 알고있고요. 시간끌지말고 얼른 나오세요. "

 

" 칫.. "

 

지금 그들이 있는곳은 지하 작은방. 더 이상 갈곳이 없다고 판단한 세월은 순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랫입술을 깨문 그녀는 명백히 이 상황에 초조함을 느끼는듯했다.

 

" 지금 와서 생각해본들 탈출구는 없어요. 이곳은 벼랑 끝이고, 산속 깊은곳이죠. 당신이 서장님을 데리고 멀리가지 못한 이유도 이것 아닌가요? "

 

" … "

 

정적이 감돌았다. 아마 맞다는 이야기일터. 나가는 감은 눈을 서서히 뜨며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러니 서장님을 놓아주세요. "

 

명백한 경고. 부탁하는 말투임에도 불구하고 나가의 태도는 명백한 경고였다. 자신의 상황이 매우 불리함을 모를리 없던 세월은 결국 나가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나가와 세월 사이의 거리가 어느정도 좁혀졌을 때, 나가는 염력으로 다나를 옮겨 안아들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텔레포트하여 집밖으로 이동했다.

 

무사히 다나를 데리고 나온 나가는 나오자마자 다나의 상태를 살폈다. 호흡도 정상이고 또 별다른 외상 역시 보이지 않았다.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가는 염호 역시 무사하기를 바라며 그들이 싸우고 있는 집을 내려다보았다.

 

 

*

 

 

" 그래 그 잘나신 실력좀 볼까? "

 

끝나기 무섭게 염호는 백모래를 향해 돌진했다. 염호가 백모래에게 발차기를 가하자 자리에서 높게 뛰어 피하는 그였다. 피함과 동시에 백모래는 품안에서 짧은 단도를 꺼내 잡았다. 그러고는 염호의 목부근으로 팔을 뻗어 잽싸게 찔렀다. 이에 가만히 당할리 없던 염호는 오른쪽으로 몸을 틀은 후 백모래의 팔을 잡아 앞으로 내다 꽂았다.

 

콰앙

 

염호가 팔을 들어 다시한번 가격하려 하자 백모래는 옆쪽으로 한바퀴 구른 뒤 빠르게 일어났다. 그렇게 한참의 격투 중 바깥이 점점 소란스러워 짐을 느꼈다. 소리의 규모로 보아 백모래의 부하인 오르카나 메두사는 아닌듯 하였다. 그렇다면 다름아닌 스푼과 경찰이라는 뜻일터.

 

" 칫. "

 

상황이 불리해졌음을 느낀 백모래는 혀를찼다.

 

" 이봐. 앞의 상대에 집중해야지. "

 

잠깐의 쉬는시간 끝에 염호는 다시 백모래에게 돌진했다.

 

" 아무리 악당을 처치하는 정의에 용사들이라곤 하지만 다굴은 좀 너무하지 않냐? "

 

 

갑자기 집을 지탱하고있던 기둥쪽으로 달려간 백모래는 투정어린 말을 하곤 굉음을 내며 연기속으로 사라졌다.

 

끼이익 쾅

 

기둥을 부셔버린 건지, 더 이상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집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백모래! "

 

" 서장님! 이곳은 너무 위험합니다. 어서 밖으로 나오세요! "

 

" 쳇 "

 

 

*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집이 모두 무너져 내리고 연기가 모두 가라앉자 서서히 다른 사람들의 형체가 보였다.

 

" 염호서장님. "

 

" 나가씨. 하아.. 다행이다. "

 

주위가 모두 잠잠해지자 지상으로 내려온 나가는 염호에게 조심히 다나를 건넀다. 다나를 안아들은 염호는 한쪽 무릎을 굽히고는 다나를 조심히 눕혔다. 그러곤 다나의 얼굴을 조심히 쓰다듬더니 이내 눈가에 작게 입을 맞추었다.

 

수고했어 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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