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vel/이런 영웅은 싫어

[일호다나] 커피

때로는 카페인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정도로 잠이 몰려올때가 있다. 바로 지금, 다나의 상태가 딱 그러하였다. 도대체가 서류는 왜이리 많은지, 몇일밤을 꼬박 새워가며 자신의 부하직원들이 사랑을담아 가져온 청구서들을 처리하던 다나는 결국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했다.

 

몸도 마음도 이미 전부 지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을법했지만, 이런 짧은 휴식시간을 가지게 될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은 역시나 자신의 애인이었다.

 

" 아- 일호보고싶다. "

 

다나는 뻐근한 몸을 의자에 기댄 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나른한 목소리로 푸념하듯 내뱉었다. 물론 자신이 바쁜만큼 일호 역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을것이다. 아무리 일이라지만 얼굴도 못본게 벌써 몇일째라니. 내가 속상한만큼 너 역시 속상하겠지.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일호에게 달려가고싶은 다나였지만, 누구보다도 그럴 수 없는 상황임을 잘 알았기에 결국 일호에게 문자한통을 남기고는 다시 일에 몰두했다.

 

 

 

[일호다나] 커피

written by 슈가펌킨

 

 

 

다나의 얼굴을 보지 못한지 벌써 몇일째, 일호는 이러다가 얼굴조차 잊어버리는게 아닌가 싶었다. 아무리 일이 많다지만 이렇게 남자친구를 방치해놓다니.. 머리로는 누구보다도 가장 이해한 일호였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있는 섭섭함은 쉽사리 사라지지않았다. 그래서일까? 요근래의 일호는 다른 어떤때 보다도 기운이 없어보였다. 오죽하면 그의 동생인 이호가 위로를 했을까.

 

" 형.. 괜찮아? 어디아파? "

 

" 아니요. 딱히. 괜찮으니까 도와주고싶으면 방정리나 좀 해요. "

 

" 아.. 어.. "

 

 

지잉

 

 

그때였다. 순간의 정적을 깨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일호의 핸드폰이 울리자 이호는 잔소리를 피하고자 소리가 나는 방면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잔소리를 피하고자 마음으로 일호에게 말했다.

 

" 형. 뭐 왔는데? "

 

" 그냥 냅두세요. "

 

보나마나 또 일때문에 늦게끝날것 같다는 문자겠지. 아직 문자내용을 확인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당연한 일인마냥 혀를 찼다. 불과 몇일 전까지만 해도 좋다고 웃으며 달려오던 일호였는데.. 문자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반응이 없자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이호는 일호의 핸드폰을 대신 집어들었다.

 

' 스팸인가? 뭐야 형 애인이잖아? 둘이 싸웠나? '

 

" 보..고 싶어? "

 

" 이리내놔요! "

 

이호가 중얼거리며 문자내용을 읽자, 본의 아니게 내용을 모두 들어버린 일호는 빠르게 달려와 자신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 정말 함부로 보면 어떡해요. "

 

" 아니 나는 싸운줄 알고.. "

 

" 싸우긴 뭘싸워요? 허튼소리하지말고 얼른가서 청소해요! "

 

" 으..응.. "

 

이호를 방으로 돌려보낸 후, 일호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는 자신에게 온 문자를 재차확인했다.

 

[ 보고싶어 ]

 

아무리 눈을 의심해보고 확인도 해보았지만 이건 분명 다나에게 온 문자가 확실했다. 이제까지 다나와 연애를 하며 대부분의 애정표현은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 문자는 대체.. 애정표현도 애정표현이었지만, 다나가 자신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어리광을 피우는 일은 매우 드문일이었다. 아니 이제껏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아무리 봐도 쉽사리 믿기 힘든 문자였기에 일호는 뭐에 홀린사람 마냥 자신의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일호는, 정신을 차린 약간의 간식을 챙겨 빠르게 집을 나섰다.

 

*

 

똑똑

 

분명 아직 일을 하고있을 시간인데.. 여러 번 노크를 해보았지만, 어떠한 대답조차 없자 결국 일호는 천천히 자신의 애인이있는 서장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자신의 시선에 끝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그렇게도 보고싶어하던 다나가 있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세상 모르게 잠이 든 다나의 모습에 일호는 작게 미소지었다. 이런 기회는 흔하지않으니까. 그렇게 잠깐의 감상을 마친 일호는 다나에게로 걸어가 의자에 기대어있는 다나를 안아들더니 이내 소파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 이럴까봐 커피를 가져온건데. 한발 늦었네. '

 

하지만 가끔은 이런것도 좋지. 지금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일호는 자신이 가져온 커피를 컵에 부었다. 아직 따듯한건지 모락모락 김이나는 커피의 향기는 빠르게 방안을 감돌았다. 부드럽고 편안한 커피내음이 방안을 가득 채웠을 그때 즈음에 다나가 무거운 눈꺼풀을 열어젖혔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일호의 얼굴에, 다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아직 잠에 취한 목소리로 느릿느릿하게 이야기했다.

 

" 뭐야.. 꿈인가? "

 

" 땡- 틀렸어요. 자기 애인도 못알아봐요? 정말이지.. "

 

" 큭.. 여전하네. "

 

" 보고싶었어요. "

 

" .. 나도. "

 

" 조금 더 자요. 깰때까지 옆에있을테니까. "

 

" 그러던지.. "

 

아무리 보고싶은 얼굴이었다지만, 기뻐하기에는 몸이 너무 피곤했다. 옆에있겠다는 일호의 말에 안심이라도 된걸까, 아니면 은은한 커피향에 취하기라도 한걸까. 다나는 일호의 말에 짧게 대답을 하고는 다시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Novel > 이런 영웅은 싫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호다나] 갈증  (0) 2019.05.18
[일호다나] 2세 생기는 소설  (0) 2019.05.18
[일호다나] 마피아  (0) 2019.05.18
[염호다나] 빛이나는  (0) 2019.05.18
[동창즈][유다나][듄다나] 우울증  (0) 2019.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