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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이런 영웅은 싫어

[염호다나] 빛이나는

" 폐하- 일어나셔야 합니다 "

 

스르륵

 

다나는 누군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힘겹게 닫혀있던 눈꺼풀을 열었다.

 

' 도대체 얼마나 잠들어있던거지? '

 

악당에게는 다구리가 최고! 라는 철칙과 함께 힘 조절 장애를 갖고있는 그녀의 부하들 덕에 사시사철 쉴틈이 없던 다나는 자신도 모르게 잠들어버렸다.

 

' 그래. 사람이 힘들면 쉴 수도 있는거지. '

 

그렇다. 그녀의 말대로 인간은 사용한 에너지 만큼 보충해주어야 하는 동물이었다. 하지만 다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있었다. 분명 그녀가 마지막까지 있던 곳은 그녀 자신의 일터. 즉 서장실이었다. 빼곡히 쌓여있는 서류산들을 사이로 놓여있던 그녀의 책상은 그녀가 얼마나 바쁜 일상을 살고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눈을 뜬 다나가 마주한것은 서류산도, 개미만한 책상도 아니었다.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황금 커튼과 넓디 넓은 방안에 자리잡은 킹사이즈 침대. 자신의 2-3배 만한 거대한 문 그리고 러그로 덮혀있는 바닥까지. 혹시 심장마비로 죽은건가? 본디 소설을 즐겨읽는 편은 아니었지만, 다나 역시 죽자마자 다른 세계로 환생하는 소설의 줄거리를 종종 들은적이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시 넋을 놓고있던 다나는 안절부절하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녀에 의해 정신을 차렸다.

 

" 폐...폐하 혹시 몸이 안좋으신건… "

 

" 아… 전혀 아무 문제없네- "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가? 폐하라니. 다나는 침대에서 벗어나 커다란 거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 머리에 붉은 눈. 분명 외모는 다나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였다. 커다란 키며 늘씬한 몸매까지 그 누구를 데려와도 변한 곳이 있냐 물으면 대답하지 못할정도로 달라진 점은 없었다.

 

" 오늘이 몇일이지? "

 

" 오늘은 1130년 1월 3일입니다 폐하. "

 

" 뭣..! "

 

다나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130년이라고? 그럼 완전 중세시대잖아! 도대체 몇백년을 거슬로 온거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자 다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신이시여 도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 겁니까.

 

원래도 신을 믿지않는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간절하고 또 절실하게 신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럼 그렇지 놀라우리만큼 아무일도 벌어지지 않는 것을 보며 다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 오늘의 일정은? "

 

그렇다면 어떡하겠나. 당장의 임무에 충실해야지.

 

' 폐하라니 불행중 다행인건가. 나쁘지 않은 직업이군. '

 

다나는 내심 자신이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왜냐? 왕은 돈이 많거든-

 

" 오늘은 폐하의 탄생일을 기념하여 성대한 파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

 

이곳에서의 생일도 1월 3일인건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깊게 생각해봤자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다나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염호다나] 빛이나는

Written by 슈가펌킨

 

 

 

" 폐하께서 납십니다- "

 

다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레드카펫을 위를 걸어 황금 의자에 앉았다.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말로나 들었지, 실제로 중세시대에 와서 온갖 치장이란 치장을 모두 겪은 다나는 지금 당장에라도 모두 벗어 던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 특히나 그 코르셋을 조일때는 아주 죽을맛이었지. '

 

성대한 박수소리가 멎어갈때 즈음에 다나는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 뭐야 왜 쳐다보는거지? '

 

분명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뭔가 순서가 있는 모양인데… 파티가 시작하기 전이라.. 연설이라도 하라는 건가? 도무지 갈피를 알 수 없는 진행에 다나는 될대로 되라는 마인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크흠흠. 모두 짐의 탄생을 축하해주러 이곳까지 온것을 환영하네, 그대들의 노고 덕에 오늘도 우리 왕국은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네- 부디 즐겁게 놀다 가시게나 "

 

다나의 말이 끝나자 다시 한번 커다란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이렇게 하는게 맞았나보군- 다나는 자신의 빠른 판단력에 감탄하며 자리에 앉았다.

 

한쪽에 자리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음율은 환상적이었다. 역시 왕궁 음악가들이라 뭐가 다른구나.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에 다나는 마음이 따듯해지는 듯 했다.

 

" 아- 평화롭네- "

 

얼마가 지났을까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는 귀족들을 보고있자니 슬슬 나른해진 다나는 시종을 불러 다음 일정에 대해 물었다. 파티를 끝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던 다나였지만 시종이 전달한 내용은 놀랍게도 춤을 춘다는 것이었다.

 

' 이런 젠장! 춤이라니! '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던 다나는 망할 순서에 눈물을 흘리고싶었다.

 

응?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있던 다나는 어딘가 낯익은 얼굴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 저건… 염호 아닌가? "

 

만약 그가 맞다면, 자신이 왜 여기에 와있는지, 또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가정까지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자신은 상석 중에 상석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그에게 다가가기란 쉽지않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를 굴리던 다나는 이내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춤! 춤출때 자연스럽게 접근하면되지!

 

한시라도 빨리 그를 만나고싶은 생각에 다나는 시종을 불러 다음 차례를 진행시켰다.

 

 

*

 

 

잔잔하던 음악과는 달리 비교적 밝고 경쾌해진 오케스트라 음율이 파티장을 휘감았다.

 

좋아 이런 분위기라면 성공할 수 있겠는걸?

 

하나, 둘 짝을 지어 춤을 추는 것을 본 다나는 성큼성큼 걸어 염호에게로 향했다. 역시 당황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염호 역시 대강 이 사태에 대해 알고있음을 다나는 직감했다. 인사따윈 생략한 채 그에게 손을 내민 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한곡, 추시겠습니까? "

 

" 영광입니다. 폐하- "

 

그렇게 널찍한 무대로 나오게 된 다나와 염호는 이제까지 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염호 역시 다나와 마찬가지로 자다가 눈을 떠보니 이 곳에 와있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혜나였다고 말했다.

 

" 혜나? "

 

" 응, 혜나가 나한테 기분 좋은 꿈을 만들어준다고 했던거 같은데… "

 

그럼 그렇지. 이 모든것이 혜나의 장난이었음을 다나는 알 수 있었다. 이 기집애가 보자보자하니 진짜! 다나는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분노감에 마주 잡은 염호의 손을 세게 쥐었다.

 

" 다나 진정해. 헤나의 장난이라면 곧 돌아갈 수 있을꺼야. "

 

" 후우.. 역시 그렇겠지? "

 

" 그니까, 지금은 나한테 집중하는게 어때? "

 

" 뭐? "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다나는 평상시와 묘하게 다른 염호의 분위기에 눈을 가늘게 뜨며 추궁했다.

 

" 뭐야 너 왜그래. "

 

" 어짜피 꿈이라면,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

 

" 뭐라는거야 도대체. "

 

" 나 원래 다나 너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현실에서의 내가 이런말을 한다는건 상상이 안되지만, 꿈이라면 괜찮잖아? "

 

깜빡이도 없이 훅 들어오는 염호에 다나는 사고회로가 정지하는 듯 했다. 이것은 꿈인가 아님 현실인가. 도무지 분간이 안가는 경계에 다나는 큰 혼란을 느꼈다.

 

' 꿈은 아닌거같은데… '

 

" 다나? "

 

" 으응.. 뭐 꿈이겠지…? "

 

" 꿈에서라도 좋으니까 지금 이순간 만큼은 나만 봐줬음 좋겠어. "

 

" ...그래 "

 

현실에서도 워낙 호흡이 잘 맞는 둘이었기에, 그들이 만들어 내는 곡선은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 당장은 어느 누구도 모르는 꿈이지만, 그들의 현재는 그 누구보다도 빛이 나는 듯 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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