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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이런 영웅은 싫어

[일호다나] 호위무사

 

 

[일호다나] 호위무사

written by 슈가펌킨

 

 

 

" 이제 그만 출발하셔야 합니다. "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별을 알 수 없는 한 목소리가 처소안에 맴돌았다. 하얀피부와 대조되게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붉은 눈을 가진 그녀의 이름은 다나. 다나는 자신의 주군에게 말을 건낸 뒤 길고 윤기나는 머리칼을 흘러내리지 않도록 단정하게 묶으며 검을 고쳐잡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새하얀 남자, 아니 마치 산신령을 연상케하는 흰머리칼을 가진 일호가 고개를 끄덕였고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 궁까지 얼마나 남았지? "

 

" 앞으로 사흘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

 

" 사흘이라… "

 

일호는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듯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작은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였다. 다나는 그런 주군이 이해가 된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건냈다.

 

" 주군께서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주군의 곁에는 제가 있지않습니까. 저를 믿어주세요. "

 

그렇다. 일호는 조선에서 제일가는 의술가였다. 하지만 동시에 막대한 권력을 가진 집안의 일원이기도했다. 그렇기에 많은 다수들이 일호에게 잘보이기 위해 애썼지만, 한편으로 누군가는 모든 것을 가진 그를 시기, 질투하기 바빴다. 그의 눈에는 이 모든 일들이 보잘것 없어보였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아닌듯 해보였다.

 

왜 그렇게 부질없는 것에 목숨을 거는건지 이해가 안되는구만…

 

' 이래서 인간들이란… '

 

자신은 지금 급한 부름을 받아 지방으로 출장을 갔다 오는 길이었고, 곧바로 임금의 부름을 받아 궁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자신을 죽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의미였다. 아무도 없는 외딴 숲속에서 사람하나 죽는게 무슨 대수겠냐. 물론 영원히 죽지않을테지만…

 

자신의 가문이 권력을 가진데에는 별다른 이유가없었다. 그저 가문의 일원들 모두가 오랜시간을 살아왔으며, 나라가 건국되던 그 시기부터 지금까지 쭉 자리를 지키고있다는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다른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신성하게 보일테니까 함부로 건들지도 못했던거겠지.

 

기나긴 생각에 잠겼던 일호는 자신을 믿어달라는 다나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 물론 믿지.. 내가 너를 안믿으면 누굴 믿겠어… "

 

어떤일을 당하든 죽지않는 자신은 별 상관이없었다. 하지만 보통인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자신의 호위무사인 다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전투에 능하다는 사실을 일호는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수한 전투력만을 놓고 보았을때의 이야기였다. 문제는 상대방이 어떤 비열한 수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뭐 순수하게 덤벼올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하지만.

 

아무튼 그렇기에 일호는 최대한 전투를 피하고싶었다. 워낙 오랫동안 함께해서인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은 언젠가부터 다나를 마음속에 두게되었다- 뭐 이런거지. 애도아니고 좋아하는 감정을 모를리가있나.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다나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점이었다.

 

뭐랄까 좋아는하는데, 비지니스적 관계? 오로지 주군과 신하 그런느낌? 일호는 진전없는 관계를 생각하며 저도모르게 큰 한숨을 내쉬었다.

 

" 그렇게… 못 미더우신겁니까..? "

 

일호는 서운함이 가득 담긴 다나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와 이거 망해버렸네- 잔뜩 서운한 표정을 지은 다나가 자신을 노려보고있었기 때문이다.

 

" 아… 아니 다나야 이건말이지… "

 

" 아니면 뭡니까? "

 

" 아… 그렇지! 다나가 너무쎄서 자객들을 모두 죽여버릴까봐! 그렇게 되면 다른사람들이 보고 놀랄꺼같아서! 물론 우리가 관여할일은 아니지만 "

 

그럼그럼 누구 호위무사인데, 다나가 세상에서 제일 쎄고말고 암암 그럼-

 

" 정말입니까? "

 

" 당연하지 "

 

이건 뭐 애기 화 풀어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일호가 잔뜩 칭찬을 해주자 다나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 일호는 처소입구로 발걸음을 옮겼고, 문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 주군! "

 

챙-

 

칼을 빼든 다나가 자신을 뒤로 밀친 다음 재빨리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윽고 경쾌한 쇠소리가 처소안에 울려퍼졌다.

 

" 역시 "

 

다나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는 천천히 칼을 고쳐잡으며 말했다. 자객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검은색 복면으로 얼굴을 전부 가렸지만, 다나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 ...메두사 "

 

단번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챈 다나를 보며 자객은 한손으로 복면을 내렸다.

 

" 다나! 나인지 어떻게 알았어? 너도 역시 나를 그리워했구나! "

 

" 지랄 "

 

노란머리칼에 황안을 가진 메두사는 욕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칭찬을 들은듯 뺨을 붉히며 기뻐했다.

 

" 다나. 아는 사이야? "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 손님이 아니라 다나 손님인건가?

 

일호는 꽤나 친근하게(?) 다나와 말을 섞는 메두사를 보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 아뇨. 모르는 사람입니다. "

 

" 다나~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우리가 얼마나 친한사인데.. "

 

" … "

 

그런 메두사의 말이 꽤나 불쾌했는지 다나의 표정이 점점 어둡게 변했다. 메두사는 그런 다나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는지 낄낄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 안타깝게도 오늘은 다나 너 말고 뒤에있는 저 도련님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

 

" 뭐? "

 

" 그러니까 순순히 도련님을 넘긴다면 다나 너는 다음에 상대해줄게! "

 

" 말같지도 않은 소리하지마. "

 

" 그래? 진짜인데.. "

 

말끝을 늘리던 메두사는 순간 자신의 품안에서 짧은 단도를 하나 꺼내들고는 다나에게로 던졌다.

 

챙-

 

다나는 들고있던 칼을 크게 휘둘러 단도를 튕겨냈다. 그 순간 빠르게 다가온 메두사가 다나에게로 칼을 휘둘렀다.

 

챙!

 

다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반사적으로 자신의 칼집 옆에 있던 단도를 꺼내들어 메두사의 기습을 막아냈다.

 

" 역시… 다나 너는 반사신경마저 좋구나? "

 

" 크윽… "

 

" 근데 그거 알아? 이렇게 되면… "

 

순간 메두사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의 왼팔 부분에 뾰족한 무언가에 의한 통증이 느껴졌다.

 

" 양팔 모두 쓸 수 없다 이거거든 "

 

다나는 순간 세상이 비틀리는 듯 했다. 이윽고 앞이 점점 흐려짐과 동시에 현기증을 느낀 그녀는 칼을 바닥에 꽂으며 자신의 몸을 지탱했다.

 

" 그럼 안녕! "

 

메두사가 중심을 잃은 다나에게로 칼을 휘두른 그 순간

 

서걱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잘려진 메두사의 노란 머리칼이 공중에서 휘날렸다.

 

" 뭐야 도련님. 칼질도 할 줄 알고. 이거 의외네? "

 

아슬아슬하게 일호의 칼로부터 벗어난 메두사가 비웃듯이 이야기했다. 일호는 무표정을 지으며 메두사의 팔목을 가리켰다.

 

화들짝 놀란 메두사가 자신의 팔목을 확인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않고 일호는 칼을 휘둘러 메두사의 어깨를 베었다.

 

" 윽… "

 

한방울 두방울 자신의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입술을 깨문 메두사는 분하다는 듯이 처소밖으로 달려나갔다.

 

" 다나! "

 

자객이 사라짐과 동시에 일호는 다나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창백한 얼굴과 가쁜 호흡, 그에 비해 느린맥박까지… 비열한 수를 쓸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게 독이라니..

 

다행이 적도 독으로 다나를 죽이려한 것은 아니었는지 다나의 상태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일호는 천천히 다나를 자신의 품에 안은 뒤 그녀의 왼쪽 팔 위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일순간 하얀빛이 번쩍이며 은은하게 다나의 주위를 감돌았다. 그렇게 십여분이 지나자 다나가 천천히 눈을떴다.

 

" 주군… "

 

" 아직 일어나지 말고. 다나가 건강해서 빠르게 회복된거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안돼. "

 

" 죄송합니다. "

 

" 내가 이래서 걱정한건데. "

 

" … "

 

" 다나 너가 약하다는게 아니야. 그치만 나는 어떤순간에서도 너가 다치지 않기를 바랬어. "

 

" 다음부터는 유의하겠습니다. "

 

하 이 꽉막힌 아가씨 좀 보게나? 일호는 마치 교과서의 정석과같은 다나의 대답을 들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어디서부터 표현해야되는거지? 막막하네-

 

아무렴 어때 다나가 무사한걸로 지금은 만족해야겠다.

 

일호는 미소를 지으며 다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착한 호위무사도 좋지만, 그냥 다나도 좋아. 음음 그럼그럼 "

 

" 무슨 말씀이신지… "

 

"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2시간 정도 있다가 출발하자. "

 

" 알겠습니다. "

 

시간은 많으니까 조바심 내지 말아야지.

 

그렇게 일호의 끊임없는 구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나가 일호의 마음을 눈치채기까지 1년하고도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언젠가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는 것은 아주 나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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