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149화, 150화를 참고해서 썼습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누군가를 좋아한적이 없었다. 물론 친구나 가족같은 의미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남자대 여자 즉 이성적으로는 좋아하는 감정을 느껴본적은 없었다. 까칠하고 의지가 되는 여자, 이게 바로 내 이상형이었다.
남들과는 조금 많이 다른 이상형을 가지고 있는 나가였기에 이상형을 바꿔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건가 싶어 에라이 될대로 되라 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물론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나가다나] 어린애
written by 슈가펌킨
때는 불과 일주일전, 그 날은 나가와 다나가 함께 커다란 섬을 바다 한가운데까지 옮기는 임무를 맡은 날이었다. 그저 섬을 옮기면 되는 일이었기에, 나가는 섬에 사는 동물들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구출하며 시간을 보내고있었다. 그때였다.
콰앙-
큰 폭팔과 함께 섬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뒤따라 오던 사냥꾼이 섬의 아랫부분에 폭탄을 던진것 같았다. 일처리가 미숙해서 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런건지는 알 수 없지만, 툭 하면 유혈사태이던 평상시와는 다르게 오늘 만큼은 피가 튀지않는, 지금 당장 죽고 죽이는 일이 아닌 평화로운 맡았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조용하게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기대했던 다나와 나가였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냥꾼의 습격은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힐끔
나가는 조심스럽게 다나의 심기를 살폈다. 그럼 그렇지 다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것만 같은 포스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 여기 잘 지키고 있어라. "
" 하지만.. 서장님! "
서장님이 가시면 사냥꾼들이 위험한데요.. 나가는 차마 뒷말은 전하지 못한채,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다나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 상사를 무척 좋아하나봐. 많이 걱정되? "
그렇게 사냥꾼의 배를 쳐다보고 있을때였다. 물보라쌤과 가족인, 즉 스푼에 섬을 옮겨달라고 부탁한 사람들중 한사람이 나가에게 와 물었다.
내가 서장님을? 아니 절대로 그럴리가 없었다. 서장님은 개기면 안되는 존재, 즉 아주 무서운 사람일뿐이었다. 물론 존재 자체만으로도 듬직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인것은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좋아한다니..
" 뭐 그 이상으로 무섭지만, 근데 지금 걱정되는건 서장님이 아닌걸요. "
이제 슬슬 마무리 되었겠다 싶던 참에, 다나가 뛰어든 배가 커다란 물기둥을 만들며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분명 하나씩 처리하기 귀찮았던거야. 그래서 배를 통채로 가라앉힌게 분명해! 새삼 다시 다나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나가는, 자신이 그저 감탄하고 있을때가 아님을 깨닫고는 소리쳤다.
" 서장님!! 가라앉았다!! "
*
무슨 니모를 찾아서도 아니고, 나가는 바다속으로 사라진 다나를 찾기위해 섬을 잠시 정착시켜놓고는 물보라의 일행들과 함께 다나를 찾아나섰다.
" …? 이건 뭐지? "
어째서인지 바다속에서 마치 눈과 같은 하얀것들이 떠다니는것을 본 나가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의문을 가졌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눈이라니,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가는 그 아름다운 광경에 마치 넋을 뺴앗긴것 마냥 멍을 때리며 바다눈을 보았다.
' 서장님도 같이보면 좋을텐데.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보던 와중, 푸른 바다와는 이질적인 거뭇거뭇한 무언가가 보았다. 저건 분명..
" 아, 찾았다! 걱정했잖아요, 서.. "
서장님!?
나가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요즘 너무 피곤했나? 그래서 눈이 침침해진건가? 아니면 안경에 문제라도 생긴건가? 여러 차례 눈을 비비고, 의심을 해보아도 자신이 보고있는것은 틀림없이 자신의 상사인 다나였다. 나가는 어디서 들은건지는 모르지만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자는 눈이 오면 몇배는 이뻐보인다고. 그래서일까? 눈이내리는 바다 속에 서있는 다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두근 두근
시력뿐만아니라 심장에도 문제가 생긴듯했다. 이거 혹시 심장병 초기? 나가는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 상사를 무척 좋아하나 봐. '
어째서 이 말이 생각난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다나를 바라보는 자신의 상태는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제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까칠하고 의지가 되는 여자. 이거 딱 서장님을 두고 하는 이야기 아니야? 설마 정말로 서장님을 좋아하는건가? 내가?
그 날 부터였다. 서장님을 쳐다보는것도, 말을 나누는것도, 어느 하나 제대로 못하게된게. 처음에는 그저 눈의 효과로 인해 일시적으로만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푼에 돌아와서도, 심지어 집에 가서도 자꾸만 눈앞에 다나의 얼굴이 보이는걸 보아, 자신이 다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게되었다.
' 그래 차라리 얼굴을 보지 말자. 그러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겠지. '
*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어김 없이 스푼으로 출근을 했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나의 얼굴을 절대로 쳐다보지 않았다는것이었다. 최대한 동선도 겹치지않게 피해다니고, 꼭 만나야 할때에는 시선을 다른곳으로 두었다. 왜냐? 얼굴을 안보면 다시 괜찮아질꺼라 믿었으니까.
서장님을 피해다닌지 3일째. 이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듯한 느낌이들었다.
' 좋아 순조롭군 '
이대로만 간다면 다시 예전처럼 서장님을 볼 수 있을것이다. 공부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안해봤는데, 자신이 짠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한 나가는 뿌듯해 하며 임무를 하기 위해 혜나와 사사가 있는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완벽한줄만 알았던 나가의 계획에도 한가지 오점이있었다. 그 한가지, 나가가 고려하지 못한 것은 다나가 직접 자신을 불르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것이었다.
" 아. 나가군! 한참을 찾았어요. 지금 서장님이 부르시는데 어서 가봐요! 어서! "
복도 끝에서 무언가가 외치며 달려왔다. 저게 뭐지? 하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다름 아닌 서장님의 비서 귀능씨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있었다. 나가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종말의 종을 친듯했다.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귀능씨의 표정을 보니 서장님이 단단히 화가나신 모양이었다.
쾅
역시나 서장실의 문을 열자마자 다나가 책상을 치며 나가를 노려보았다. 아 망했구나. 아니길 바랬건만.. 평상시에는 남부럽지 않게 운이 좋은 나가였다. 하지만 남자친구랑 싸웠는지 심기가 불편한듯한 행운의 여신은 오늘 만큼은 자신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 자 3초준다. 설명해봐. "
무얼 설명하라곤 말하지 않았지만, 무얼 말해야 할지 알것만 같았다. 애초에 처음부터 피하려고 한것이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도 의식을 한 나머지 서장님에게 다가가는게 힘들었을 뿐인데.. 이걸 다 말해야 하나?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모두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창피했다. 대충 얼버무려도 되지않을까? 나가는 속편한 생각을 하며 다나를 쳐다보았다.
흘끔
아니야. 안돼. 거짓말인게 들키는 순간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마치 먹잇감 앞에 서있는 하나의 맹수처럼 다나의 눈은 빛나다 못해 번쩍이는듯 했다. 어떻게 하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다나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나가는 속으로 열심히 살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도망칠까? 아니야 잡히는 순간 몸이 폴더 폰처럼 접힐거야. 아니면 오수씨를 부를까? 이것도 아니야. 오수씨를 데리러 가기도 전에 죽을꺼야. 그때였다. 더 이상 기다리기도 지친건지 다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상사 말이 아주 개같지? 내가 너를 요즘 너무 오냐오냐해서 키운모양이다. 이리와 좀 맞아야지. "
한 걸음 한 걸음. 말을 마친 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고는 나가를 향해 걸어왔다. 죽는다 분명 죽어. 자신의 본능이 그렇게 외치고있었다. 그래 어짜피 죽을거라면 말하고 죽는게 낫지.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나가는 결국 모든 사실을 실토하기로 마음먹었다.
두근 두근
지금 이 가슴떨림이 죽음에 임박하여 느끼는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다나의 앞에 서서 인지는 알 길이 없었지만, 자신이 다나를 좋아한다는 사실 만큼은 변하지않았다. 굳게 결심을 한 나가는 드디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사실. 일주일 전부터 서장님 얼굴만 보면 가슴이 터질꺼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
" 뭐? "
" 살면서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라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점점 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그랬어요! 악의를 가지고 서장님을 피한게 아니라.. 자꾸 의식을 하게되서.. "
어쭈 저것봐라. 분명 큰 소리를 내며 이야기하던 나가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점점 뒤로갈수록 목소리가 개미마냥 기어들어갔다.
쯧
다나는 어이가 없는지 혀를 짧게 찼다. 이왕 이렇게 된거 좀 더 놀려줄까? 이제까지 자신을 피했던 나가가 괘씸했는지, 다나는 나가를 놀려줄 작정으로 되물었다.
" 그래서? "
" 네? 저.. 저는.. 서장님이 좋아요! "
이걸 어째야한다? 이런 이유가 있을거라고는 전혀 상상못했었다. 때문에 다나는 잠깐 고민을했다. 강아지 마냥 자신을 의지하고 따르는 나가가 귀엽다고 생각은 했었다. 때문에 다나 역시 마음이 아주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상대는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이애였다. 그런 상대를 데리고 연애를 해도 될지 다나는 갈등이 되었다. 계속 고민만 하면 뭘하겠는가. 역시 이럴때에는 당사자 의견을 듣는것이 최고라 판단한 다나는 나가에게 말을했다.
" 너는 (연애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려. "
뭔가 약간 설명이 부족한것같지만.. 알게 뭐람 진정으로 자신을 좋아한다면 이 정도는 알아서 하겠지 싶은 마음에 다나는 추가적인 설명없이 질문만을 남긴채 나가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충격받은 얼굴. 그럼 그렇지. 저 표정을 보아하니 역시 자신의 말을 거절의 의미로써 받아들인것같았다. 적당히 달래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한 다나는 나가를 향해 발걸음을 땠다. 하지만 이내 울먹거리며 말한 나가의 말에 얼음 상태가되어 더 이상 걸어갈수가 없었다.
" 어리지 않아요! 서장님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게요. 네? 아니 서장님이 키워주세요.. 네? 흡.. "
그 정도로 진심인건가? 꽤나 진지한듯한 나가의 말에 다나는 더욱 고민에 빠졌다. 아니야 아직은 너무 일러. 하지만 나중이라면.. 괜찮을지도..? 무언가 결심을 한 다나는 얼어있던 발걸음을 다시 나가에게로 향했다. 그러고는 나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말했지. 아직 어리다고. 그러니까 얼른 커. 그때까지 기다려줄테니까. "
물론 때를쓴건 나가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지막 발악이었을뿐, 그게 먹힐거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예상외의 대답, 거절이 아닌 미래를 기약한 다나의 말에 나가는 울음을 그치고는 놀란 눈으로 다나를 쳐다보았다. 눈물젖은 자신의 얼굴이 웃겼는지 다나는 피식거리며 웃고는 입을 열었다.
" 대신. 오래 안기다릴거야. "
기간이 어찌되었든 다시한번 자신을 기다려주겠다고 확신을 하는 다나의 말에, 나가는 다나가 그말을 번복이라도 할까봐 걱정되어 급하게 대답했다.
" 네..! 알겠어요! 저 얼른 멋진 어른이될게요! "
다른 누구도 서장님 옆을 넘볼 수 없을정도로 멋진 남자가 될거에요. 나가는 속으로 끊임없이 외치고 다짐하며 다나의 손에 짧게 입을 마추었다.
" 이건 아직 어린애인 제가 부리는 마지막 어리광이에요. "
" 하여튼 말은 잘해. "
그렇게 다나와 나가는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보며 웃고있었다.
언젠가 있을 그날을 기약하며, 오늘부터 나가는 무럭무럭 자라나려합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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