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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다다다

[우주예나] 우울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어느샌가 온 땅을 흠뻑 적실정도로 내리고있었다. 방안으로 물이 튈까 창문을 닫을법도 한데, 어째서인지 예나는 열린 창문 너머 내리는 비를 가만히 바라보고있었다.

 

 

 

[우주예나]우울

written by 슈가펌킨

 

 

 

방안을 가득 매운 빗소리 사이로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잔뜩 공상에 잠긴 탓일까. 예나는 외부로부터 들리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듯 미동이 없었다.

 

" 예나야- 들어간다. "

 

" 아? 으응 "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온 우주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예나를 쳐다보았다.

 

" 뭐해? 이 어두운 날에 불도 안키고. "

 

" 아 그러고보니 불을 안켰었네? 하하 내 정신좀봐- "

 

이상하긴 너도 참 이상해. 우주는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예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 길지않은 시간이 지나고 우주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않은 채 방을 나갔다. 잠시후 우주는 한손에 담요를 들고 예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들고있던 담요를 예나의 어깨에 덮어준 우주는 예나의 근처에 앉아 예나가 바라보는 곳을 쳐다보았다.

 

" 도대체 뭘 보는거야? "

 

창문 너머에 꽃 한송이라도 있었다면 우주는 납득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문 밖에는 시선을 끌만한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저 우중충한 구름과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만이 있었다.

 

" 딱히- "

 

기분이 안좋은가? 아니면 몸이 안좋다던가? 평소와 다른 예나의 모습에 우주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진짜 아픈건가? 평소 몸이 약한 예나였기에, 우주는 걱정어린 얼굴로 예나의 뺨에 손을 뻗었다. 예나는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우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뭐… 뭐하는거야? "

 

" 그냥. 기운없길래 어디 아픈가했지. "

 

" 기… 기운이 없긴 누가! 그… 그냥 비가와서 그래! 비가와서… "

 

" 그럼 다행이고. "

 

뭘 또 저렇게 놀랄 것 까지야. 우주는 예나의 격한 반응을 보며 비웃듯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무리 너라도 비오는 날 그러고있으면 감기걸린다- "

 

우주는 한 손을 흔들며 방을 나섰고, 예나는 그런 우주를 잔뜩 째려보았다.

 

" 하아 "

 

한숨을 쉰 예나는 고개를 떨구었고, 이윽고 담요가 덮어져있던 그녀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 한 방울 두 방울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은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

 

 

" 예나야 "

 

언제 잠이 든걸까. 저도 모르게 책상에 기대어 잠이 든 예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우주의 얼굴이었다.

 

" 언제부터 잠든거야. 얼른 누워서 자 "

 

" 으음… 지금 몇시야? "

 

예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었다.

 

" 벌써 8시야 "

 

" 벌써? "

 

" 응 "

 

맙소사 얼만큼 잔거야. 예나는 지끈거리는 허리를 세운 뒤 기지개를 폈다. 졸리긴 해도 역시 씻고자야겠지? 예나는 엄청난 결심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했다.

 

" 씻으러갈라고? "

 

" 응 아무리 그래도 씻고 자야겠어. "

 

그런 예나의 대답에 우주는 어련하시겠냐는 표정을 지으며 예나를 자리에서 일으켜세웠다.

 

" 복도 어두우니까 같이 가줄게. "

 

" 아? 으응… "

 

예나는 그런 우주의 친절함에 잠시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싫지 않은 듯 얼굴을 붉히며 끄덕였다.

 

 

*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 지는 듯 했다. 찰방찰방 물장구를 치며 한참 목욕을 하던 예나는 샤워를 마친 뒤 욕탕을 나섰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복도를 거닐자 작게나마 빗소리가 들려왔다. 예나는 불이 다 꺼진 마루로 향해 창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러고 있으면 감기걸린다니까? "

 

" … "

 

자신을 찾으러 다녔던걸까. 어느샌가 다가온 우주는 자신의 가디건을 벗어 예나에게 건내주었다.

 

그렇게 정적이 오가던 도중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우주였다.

 

" 예나야.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

 

허공을 바라보던 예나의 시선이 땅으로 향했다.

 

" 우주야. "

 

" 응 "

 

" 언젠가 바바랑 루다가 우주로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더 이상 우리가 함께할 수 없겠지? "

 

" … "

 

" 이렇게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일상도 끝일거야… "

 

" … "

 

" 그런생각을 하니까… 자꾸만… 자꾸만… "

 

예나는 손을 들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울음을 참는 듯 소리없는 예나의 흐느낌에 우주는 어째서인지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 울지마. "

 

우주는 예나의 팔을 잡아당겨 품에 안은 뒤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떠한 위로도 없이 그저 예나가 진정될 때 까지 그녀를 토닥이던 우주는 예나의 훌쩍임이 잦아든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 뭘 그리 걱정하냐. "

 

" 그치만… "

" 만약 바바랑 루다의 부모님이 데리러 오신다면, 그 둘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우리가 이 집에서 기다려주지 뭐. "

 

" … "

 

" 안그래? "

 

" 뭐...뭐? "

 

예나는 그제서야 우주의 말을 이해한 듯 얼굴을 붉히며 우주를 쳐다보았다.

 

" 너…! 그 말은! "

 

" 그러게에? 난 별말 안했다? "

 

장난스럽게 웃던 우주는 예나에게 손을 건내며 말을 이었다.

 

" 그니까 별 걱정하지 마 "

 

예나는 그런 우주가 어이없는 듯 작게 실소하며 손을 잡았다.

 

" 어이없어 정말. "

 

언제 비가 그친걸까. 하늘 가득한 구름 사이로 달빛 한줄기가 내려와 담장을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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