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카구] 축제
[긴카구] 축제
written by 슈가펌킨
나른한 오후, 오늘도 창가에 기대어 살랑이는 봄바람을 느낀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은은한 꽃향기에 아득해지는 정신. 비록 그리 높진않지만, 그래도 나름 높다면 높은Q 이층집 창가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은 오늘도 변함이없다. 그렇게 잠에 들때 즈음에 뒤에서 안아오는 당신. 그래 나는 이런 분위기가 참 좋은거 같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오늘은 다름아닌 축제의 날. 밤은 깊어만 가는데, 거리거리 마다 가득한 등불은 꺼질줄을 모른다. 검은 하늘에 붉게 물든 불빛. 카부키죠 거리는 축제의 거리.
한껏 들뜬 마음으로 옷을 입고, 당신과 맞잡은 손에 힘을 줘 다시 맞잡은 뒤, 거리로 향한다.
" 머리색도 그렇고, 옷도 그렇고.. 예쁘네 카구라. 벚꽃같아. "
어이어이 당신 말이야 갑자기 훅들어오면 어쩌잔거야?
하지만 이런거에 굴복할 내가 아니지. 그런 의미에서 잘 봐두는게 좋을꺼야. 이 몸은 카부키죠의 여왕님이니까. 오늘은 나를 위한 날이라구.
괜시리 붉어진 뺨을 감싸며 툴툴거린다. 그치만 상처받지 말아줘. 아직 부끄러운거 뿐이니까 그렇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피리소리. 이곳 저곳에서 웅성이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아아- 행복하네
나도 모르게 입술을 비집고 나온 웃음에, 당신은 힘을줘 나의 손을 잡는다. 어째서인지 자신을 봐달라는 신호 같아서 시선을 돌리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째서인지 나른해보이는 당신의 얼굴. 하지만 오늘따라 더욱 온화해보이는 그 미소는 당신이 나만큼이나 행복하다는 표시겠지.
그렇게 관심이 필요하다면 말이야.
얼마든지 주겠어.
나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당신과 마주본 뒤, 잡혀있지 않은 손을 뻗어 당신의 뺨을 감싼다. 그리고 맞닿은 입술. 부드럽게 포개져있는 두 입술이 평상시보다 뜨겁게 느껴지는것은 내 기분탓이겠지.
입술이 떨어지고 당신과의 거리가 생긴다. 마주보는 두 눈.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중이야? 항상 생기 없던 그 붉은 눈은, 사방에서 밝게 비춰오는 등불에 한껏 반짝이는데.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당신의 팔이 나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다시 포개지는 입술. 우리 사이의 거리는 다시금 제로가 되었다.
살랑이는 봄바람. 은은한 피리소리. 번뜩이는 등불과 검은 하늘. 이 모든게 완벽한 축제의 날.